안채 -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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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속초 단골가게에 손질된 냉동 물가자미 4kg을 주문했습니다.
국산 메조와 마늘, 생강 등은 어제가 되어서야 겨우 재료준비를 마칠 수 있었는데,
택배로 도착한 고흥산 마늘과 생강은 푸드 프로세서로 그날 갈아 냉동고에 넣어두었습니다.
고춧가루는 텃밭의 홍고추를 따다 만들어 놓은 반태양초 고춧가루를 사용할 겁니다.
무 역시 제 텃밭에서 재배한 것이 조금 남아 있어 그것을 주로 쓸겁니다.
지난 몇년 동안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저는 제 가족들을 위해 가자미 식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제게 가자미 식해는 아버님 고향의 향토음식이기도 하지만
음식 솜씨가 아주 뛰어났던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 준 몇몇 추억 속 음식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속초 청호동 아바이 마을에서 예전에 간혹 사먹던 그 가자미 식해의 맛도 좋았지만,
제 가족들은 아바이 마을의 다소 무겁고 두터운 양념장 맛이 아니라,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다소 가벼우면서도 시원한 뒷맛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제가 그 식해를 만들 때에는, 어머니 곁에서 지켜본 세 누이들의 짧막한 기억을 온전히 짜깁기하여 만드느라 시행착오도 많았었습니다.
황해도 신막이 고향이셨던 어머니의 그 맛이 작년 이맘때 비로서 얼추 비슷하니 재현되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저는 가자미 식해를 만들어 가족들 모두에게 나누어줄 겁니다.
올해는 가자미 식해를 만들 때 소요되는 재료비가 만만치 않아
누이들과 다달이 모으는 통장에서 3개월치 여행비 9만원을 면제받았습니다.^^*
2018.11.03 10:52:54

해동된 물가자미를 한번 씻어 물기를 얼추 제거하고 소금 400g으로 한나절 정도 절일 겁니다.
절이는 12시간 동안 저는 세네 번 뒤집어 주었습니다.
절임용 굵은 천일염은 손질된 물가자미 1kg당 100g을 사용하였습니다.
그 소금의 양은, 몇 년 전 처음 담글 때는 150g이었고, 그후 120g, 100g으로 계속 줄여 사용하고 있는데,
소금의 양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절임 시간과 그후 물가자미 체내에 적당한 염기가 축적되도록
후처리하는 방법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2018.11.03 23:57:01

절인 물가자미는 한번 씻어 채반에서 1시간 정도 잔물(물기) 제거 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물가자미 1kg에 메조는 150g, 고춧가루는 75g, 다진 마늘은 50g, 다진 생강은 22g 비율로 양념을 넣고 버무려
통이나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아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서늘한 장소에서 숙성시켜야 합니다.
(이때 위생비닐백으로 표면을 덮어 주면 좋습니다.)
무는 그후 소정의 양념장으로 버무려 넣을 겁니다.

P.S : 2018/11/15
가자미 식해용으로 굵게 채썬 무를 절일 때에는, 깍두기를 담글 때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무 1kg에 굵은 소금 약 45g(계량컵으로 약 1/3컵)의 비율로 90분 내지 2시간을 절이고
한두 번 정도 물에 담가 자신의 입맛에 적당한 간이라 생각될 때까지 염기를 씻어낸 후에는
채반에 얹어 물기를 30분 내지 1시간 정도 빼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고춧가루는 50g, 다진 마늘은 30g, 다진 생강은 15g 정도의 비율로 양념하고 버무려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됩니다.
이 과정까지 오면 사실 가지미 식해 담그기는 끝입니다.
양념하여 열흘 정도 숙성시킨 가자미와 하루 정도 숙성시킨 무를 섞고 버무려서, 사나흘 정도 서늘한 실온의 장소에서 숙성시키면,
손맛따라 만드는 방법이 크게 달랐어도 가자미 식해가 갖는 특유의 통념적인 맛이 느껴질 겁니다.